먹으면 사라지는 선물 대신, 몇 년을 가방에 달려 있는 선물

선물을 고를 때 셈법은 둘입니다. 얼마짜리인가, 그리고 무엇이 남는가. 첫 번째는 영수증에 적히고, 두 번째는 받은 사람의 기억에 적힙니다. 이 글은 두 번째 셈법으로 9만 9천 원을 설명해 보려는 글입니다.

커버를 닫은 AUREKTO Gift Set 캐러멜 아이보리

먹으면 사라지고, 쓰면 잊히는 것들

명절이면 과일 상자와 정육 세트가 오갑니다. 고맙게 받고, 두 주쯤 지나면 냉장고에서 사라집니다. 상품권은 액수만 남고, 향초와 머그는 어느 서랍에선가 잠듭니다. 나쁜 선물이라는 뜻이 아닙니다. 다만 이런 선물은 무엇을 받았는지는 남겨도, 누가 어떤 마음으로 골랐는지는 잘 남기지 못합니다. 받는 사람이 오래 기억하는 건 물건의 값이 아니라, 그 물건을 고르느라 자기를 떠올려 준 시간이니까요.

사진 한 장이 하는 일

폰에 사진이 몇천 장 있어도, 인쇄해서 지니고 다니는 한 장이 있는 사람은 드뭅니다. 그 한 장을 고르려면 앨범을 처음부터 넘겨야 하고, 뒷면에 적을 한 문장을 고르려면 그 사람과 보낸 시간을 한 번 되짚어야 합니다. 상자를 여는 쪽은 그걸 압니다. 앞면의 사진에서 고른 시간을 읽고, 뒷면의 문장에서 망설인 시간을 읽습니다. 돈이 아니라 시간이 전해지는 선물입니다.

캐러멜 아이보리 홀더에서 카드를 꺼내는 모습

로켓 펜던트의 현대판

사진이 귀하던 시절, 사람들은 목걸이 안쪽에 작은 초상화나 머리카락 한 줌을 넣고 다녔습니다. 사진을 넣는 로켓 펜던트입니다. 남에게 보여주려는 물건이 아니라 곁에 두려는 물건이었습니다. 닫으면 장신구, 열면 그 사람. 오렉토는 포카 케이스라기보다 그 로켓 펜던트를 지금의 가방에 옮겨 단 것에 가깝습니다. 닫으면 가죽 참(charm)이고, 스냅 버튼을 열면 사진 한 장과 그 뒤의 문장이 나옵니다. 누구에게, 언제 열어 보일지는 지니는 사람이 정합니다.

1880~1900년경 두 사람의 사진을 넣은 펜던트,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 소장
1880~1900년경 두 사람의 사진을 넣은 펜던트.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Rijksmuseum) 소장.

누아르 루즈 홀더의 커버를 손으로 여는 모습

가방에 달렸을 때

가죽 가방이든 캔버스백이든, 달린 모습은 가죽 소품입니다. 굿즈로도 액자로도 보이지 않으니 출근 가방에 달아도 설명이 필요 없고, 매일 드는 가방에 달려 있으니 서랍에서 잠들 일도 없습니다. 선물이 사라지지 않고 하루에 몇 번씩 눈에 띄는 자리, 그게 가방 손잡이 옆입니다.

아이보리 토트백에 달린 누아르 루즈 홀더

그 자리에 걸 만한 물건이어야 하니까

마음을 담는 물건이 싸구려면 마음까지 가벼워 보입니다. 그래서 본체는 이탈리아산 돌라로 그레인(Dollaro-grain) 소가죽을 씁니다. 잔잔하게 눌린 결이 흠집에 강해, 매일 가방에 매달려 흔들리는 물건에 맞는 가죽입니다. 금속 부자재는 골드톤으로 통일했습니다.

누아르 루즈 홀더 정물

이 작은 면적 안에 커버와 스냅, 수납부가 겹겹이 들어갑니다. 하나를 만드는 데 드는 손과 시간이 지갑보다 오히려 많습니다. 공정이 잘게 쪼개져 기계로 찍어낼 수 없고, 10년 경력의 가죽 장인이 한 점씩 만듭니다. 아래는 그 손이 일하는 장면입니다.

그리고 카드 한 장

빈 홀더만 보내는 게 아닙니다. 주문할 때 고른 사진을 앞면에, 전하고 싶은 말을 뒷면에 인쇄한 양면 카드가 홀더에 끼워진 채로 갑니다. 상자를 여는 순간 이미 완성된 선물입니다. 일반 포토카드(55×85mm)와 같은 규격이라, 시간이 지나 다른 사진으로 바꿔 끼울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9만 9천 원

명절 과일 상자와 비슷한 돈입니다. 다른 점은 남는 것입니다. 한쪽은 두 주 뒤에 없어지고, 다른 한쪽은 몇 년을 가방에 달려 있습니다. 이탈리아 가죽, 겹겹의 공정, 장인의 손, 그리고 사진과 문장을 담은 카드 한 장. 이 중 하나라도 덜어내면 가격은 내려가겠지만, 그건 더 이상 로켓이 아니라 그냥 케이스가 됩니다. AUREKTO가 할인을 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캐러멜 아이보리 홀더 정물

색상은 Noir Rouge(블랙 × 레드), Caramel Ivory(탠 × 크림) 두 가지입니다. 국가별 판매가는 각 지역의 관세와 국제 배송 여건을 반영해 다르게 책정됩니다.

가장 아끼는 사람의 자리가 가방에서 가장 싼 물건일 수는 없습니다. 9만 9천 원은 그 자리의 값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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